최근 코로나19에 따른 공급망 이슈,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으로 인한 공급망 마비 등으로 인해 공사비가 급등하며 발주자와 시공사 간 분쟁이 발생하는 현장이 다수 관찰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로 ‘장위 4구역’이 있습니다. 시공사인 GS건설은 772억원의 증액을 요구했고 조합은 120억원만 인정할 수 있다며 줄다리기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GS건설 관계자는 "장위4구역이 착공에 들어간 이후 코로나19,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인한 공사 물가 폭등 등으로 현실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말하며 증액 요구 배경을 설명했는데요, 조합과 시공사가 합의에 어려움을 겪자 서울시가 중재자로 나서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런 가운데 얼마 전 ‘물가변동 배제특약’의 효력이 무효라는 판결이 나와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https://biz.chosun.com/real_estate/real_estate_general/2024/06/14/7I6X4FNFJNCQ3HKKB3BLPJPL4A/
그 동안 인정되었던 '물가변동 배제특약'이 하루 아침에 무효가 된 걸까요?
이제 앞으로 시공사들은 물가변동에 따른 증액 요구를 무조건 할 수 있게 된 것일까요?
오늘은 이 판결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소송의 배경 및 진행상황
일단 이 소송은 부산의 모 교회와 시공사 간 다툼입니다.
교회는 시공사의 계약조건 위반을 이유로 들며(물가변동 배제특약에도 공사비 증액을 요구한 것) 도급계약의 해제를 주장했습니다.
반면 시공사는 교회의 사유로 착공이 늦어졌으며, 그 사이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였고, 정당하게 공사비 증액을 요청하였으므로 물가변동 배제특약에도 불구하고 공사비 조정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1심은 물가변동 배제특약의 효력을 인정하며 교회의 손을 들어줬지만 항소심에서는 물가변동 배제특약이 무효이기에 교회가 공사비 조정의무를 다해야 한다고 판결했습니다.
이 판결은 대법원에서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확정되었습니다.
판결의 취지
자 그렇다면 여기서 중요한 점은 무엇일까요?
단순히 ‘물가변동 배제특약의 무효가 인정되었다’는 핵심이라 볼 수 없습니다.
먼저 교회와 시공사 사이 체결된 계약에 첨부된 민간건설공사 표준도급계약 일반조건 제20조 제1항은,
계약계약체결 후 일정한 기간이 경과한 후 산출내역서에 포함되어 있는 품목의 가격 변동이 잔여공사 금액의 일정한 비율 이상이면 계약금액을 조정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이 규정은 ‘건설산업기본법’ 제22조 제5항 제1호*의 취지를 고려하여 도급금액 조정이 이루어져야 하는 경우를 특정하고 있다 보았습니다.
*건설산업기본법 제22조 제5항 제1호
건설공사 도급계약의 내용이 당사자 일방에게 현저하게 불공정한 경우로서, 계약체결 이후 설계변경, 경제상황의 변동에 따라 발생하는 계약금액의 변경을
상당한 이유 없이 인정하지 아니하거나 그 부담을 상대방에게 떠넘기는 경우
그 부분에 한정하여 해당 내용은 무효라고 규정
요약해서 말하자면 도급계약 당사자 일방에게 현저하게 불공정할 경우에는 특약이 무효라 볼 수 있다는 내용입니다.
이에 따라 법원은, 물가변동 배제특약을 들어 어떠한 경우에도 계약금액의 증액, 변경을 부정할 수는 없다고 보았습니다.
그리고 하나 더, 바로 도급인인 교회의 사유로 착공이 미루어졌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판결문은 교회 측의 사유로 착공이 8개월 가까이 늦어졌다는 점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그 사이에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였고 (철근 가격 약 2배 상승) 이러한 지연은 교회 측의 과실이기에 공사비 증액 요구가 정당하다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자! 이 중 후자에 주목해야 합니다. 교회 측의 책임있는 사유로 착공이 늦어졌고 그로 인해 공사비 증액이 필요한 상황이 만들어졌다는 점입니다.
이를 '어느 상황에서나 물가변동 배제특약은 무효이며, 공사비 증액이 가능해졌다'라고 해석하면 안될 것이라 보여집니다.
물가변동 배제특약을 인정한 대법원 판결
대법원은 지난 2017년 물가변동 배제특약에 대해 전원합의체 판결로 유효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습니다. 당시 '계약금액조정 조항의 적용을 배제하는 합의가 특별히 강행규정에 위반되지 않는 한 유효하다' 말하며 물가변동 배제특약의 효력을 인정했습니다.
(대법원 2017. 12. 21. 선고 2012다74076 전원합의체 판결)
http://www.lec.co.kr/news/articleView.html?idxno=46378
결론
이러한 점들을 미루어 볼 때 이번 사건을 근거로 물가변동 배제특약은 그 효력이 인정되지 않는다 말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결국 쟁점은 어떠한 상황일 때 물가변동 배제특약이 건설산업기본법 제 22조 제5항 등 강행규정에 반하여 무효가 되는지 일 것 같습니다. 아직 판결 사례가 많지 않으니 이후 다른 판례를 보고 추가적인 확인이 필요할 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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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코로나19에 따른 공급망 이슈,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으로 인한 공급망 마비 등으로 인해 공사비가 급등하며 발주자와 시공사 간 분쟁이 발생하는 현장이 다수 관찰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로 ‘장위 4구역’이 있습니다. 시공사인 GS건설은 772억원의 증액을 요구했고 조합은 120억원만 인정할 수 있다며 줄다리기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GS건설 관계자는 "장위4구역이 착공에 들어간 이후 코로나19,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인한 공사 물가 폭등 등으로 현실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말하며 증액 요구 배경을 설명했는데요, 조합과 시공사가 합의에 어려움을 겪자 서울시가 중재자로 나서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런 가운데 얼마 전 ‘물가변동 배제특약’의 효력이 무효라는 판결이 나와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https://biz.chosun.com/real_estate/real_estate_general/2024/06/14/7I6X4FNFJNCQ3HKKB3BLPJPL4A/
그 동안 인정되었던 '물가변동 배제특약'이 하루 아침에 무효가 된 걸까요?
이제 앞으로 시공사들은 물가변동에 따른 증액 요구를 무조건 할 수 있게 된 것일까요?
오늘은 이 판결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일단 이 소송은 부산의 모 교회와 시공사 간 다툼입니다.
교회는 시공사의 계약조건 위반을 이유로 들며(물가변동 배제특약에도 공사비 증액을 요구한 것) 도급계약의 해제를 주장했습니다.
반면 시공사는 교회의 사유로 착공이 늦어졌으며, 그 사이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였고, 정당하게 공사비 증액을 요청하였으므로 물가변동 배제특약에도 불구하고 공사비 조정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1심은 물가변동 배제특약의 효력을 인정하며 교회의 손을 들어줬지만 항소심에서는 물가변동 배제특약이 무효이기에 교회가 공사비 조정의무를 다해야 한다고 판결했습니다.
이 판결은 대법원에서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확정되었습니다.
자 그렇다면 여기서 중요한 점은 무엇일까요?
단순히 ‘물가변동 배제특약의 무효가 인정되었다’는 핵심이라 볼 수 없습니다.
먼저 교회와 시공사 사이 체결된 계약에 첨부된 민간건설공사 표준도급계약 일반조건 제20조 제1항은,
계약계약체결 후 일정한 기간이 경과한 후 산출내역서에 포함되어 있는 품목의 가격 변동이 잔여공사 금액의 일정한 비율 이상이면 계약금액을 조정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이 규정은 ‘건설산업기본법’ 제22조 제5항 제1호*의 취지를 고려하여 도급금액 조정이 이루어져야 하는 경우를 특정하고 있다 보았습니다.
*건설산업기본법 제22조 제5항 제1호
건설공사 도급계약의 내용이 당사자 일방에게 현저하게 불공정한 경우로서, 계약체결 이후 설계변경, 경제상황의 변동에 따라 발생하는 계약금액의 변경을
상당한 이유 없이 인정하지 아니하거나 그 부담을 상대방에게 떠넘기는 경우
그 부분에 한정하여 해당 내용은 무효라고 규정
요약해서 말하자면 도급계약 당사자 일방에게 현저하게 불공정할 경우에는 특약이 무효라 볼 수 있다는 내용입니다.
이에 따라 법원은, 물가변동 배제특약을 들어 어떠한 경우에도 계약금액의 증액, 변경을 부정할 수는 없다고 보았습니다.
그리고 하나 더, 바로 도급인인 교회의 사유로 착공이 미루어졌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판결문은 교회 측의 사유로 착공이 8개월 가까이 늦어졌다는 점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그 사이에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였고 (철근 가격 약 2배 상승) 이러한 지연은 교회 측의 과실이기에 공사비 증액 요구가 정당하다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자! 이 중 후자에 주목해야 합니다. 교회 측의 책임있는 사유로 착공이 늦어졌고 그로 인해 공사비 증액이 필요한 상황이 만들어졌다는 점입니다.
이를 '어느 상황에서나 물가변동 배제특약은 무효이며, 공사비 증액이 가능해졌다'라고 해석하면 안될 것이라 보여집니다.
대법원은 지난 2017년 물가변동 배제특약에 대해 전원합의체 판결로 유효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습니다. 당시 '계약금액조정 조항의 적용을 배제하는 합의가 특별히 강행규정에 위반되지 않는 한 유효하다' 말하며 물가변동 배제특약의 효력을 인정했습니다.
(대법원 2017. 12. 21. 선고 2012다74076 전원합의체 판결)
http://www.lec.co.kr/news/articleView.html?idxno=46378
이러한 점들을 미루어 볼 때 이번 사건을 근거로 물가변동 배제특약은 그 효력이 인정되지 않는다 말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결국 쟁점은 어떠한 상황일 때 물가변동 배제특약이 건설산업기본법 제 22조 제5항 등 강행규정에 반하여 무효가 되는지 일 것 같습니다. 아직 판결 사례가 많지 않으니 이후 다른 판례를 보고 추가적인 확인이 필요할 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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