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분양]분양대금이 들어와도 PF 대출 상환이나 사업비로 쓰지 못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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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개발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시행사가 엄청난 자금력으로 모든 사업비를 이미 확보한 예외적인 상황을 제외하고는 반드시 PF 대출을 받아야 합니다.


PF 대출은 상환 순위에 따라서 선순위, 중순위, 후순위로 나뉘게 되며, 선순위 대출은 보통 한도대출로, 중순위와 후순위는 일시대출로 실행됩니다. 사업 개시 시점에 중순위와 후순위 대출은 일시로 계좌에 입금되고, 중순위와 후순위 대출금을 모두 사용 후 사업비가 더 필요한 경우 선순위 대출금을 한도 내에서 추가 대출을 받아 사용하게 됩니다.

PF대출을 받아서 초기 사업비를 지출하다가 분양이 개시되면 계약금, 중도금과 같은 분양 수입이 발생하게 됩니다. 이때 시행사 입장에서는 이 분양 수입금으로 대출금을 조기 상환해서 이자 비용을 줄이거나, 사업비로 써서 한도 대출을 추가로 받지 않는 것이 가장 경제적인 의사결정입니다.


하지만 대출 약정 상 분양 수입의 일부를 반드시 별도의 PF대출 상환 계좌로 입금해야 하고, PF대출 상환 계좌의 돈은 상환하는데 사용할 수 없습니다. (예외적으로 한도 차감이라는 방식이 있으며, 별도의 글로 다루겠습니다.)

위와 같은 현상에 어떻게 일어나는지 조금 더 자세히 설명 드리겠습니다. PF대출을 받는 개발 프로젝트의 경우 규모가 큰 자금을 특정 개인이나 법인이 운용하게 되는 경우 리스크가 매우 크므로 공적으로 관리해줄 역할이 필요합니다. 주로 이 역할을 신탁사가 수행하게 됩니다.

이때 신탁사와 시행사는 "관리형 토지신탁" 계약을 체결하고, 모든 자금 관리를 신탁사에게 위임하게 됩니다.

신탁사는 약정의 내용에 따라 분양 수입금이 들어오면 일부는 운영계좌. 일부는 PF대출금 상환 계좌로 이체하게 됩니다. 운영계좌의 자금은 공사비 등 사업비로 사용하게 됩니다. 하지만 상환계좌의 자금은 사용할 수 없습니다.


그 결과 생각 보다 큰 규모의 자금이 상환 계좌에 그대로 방치되게 됩니다. 저는 이게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왜 이렇게 큰 돈을 그대로 방치하고 있는가? 상환 계좌에 상환을 목적으로 적립하고 있는 돈이면 미리 상환하는 것이 이자 비용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인데..


하지만 시행사도 신탁사도 PF 대출기관도 그래야만 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바로 금융투자협회에서 "신탁수익의 신탁종료 전 지급 기준"을 명시하였고 이대로 하지 않는 경우 금융 회사들은 여러가지 제약을 받게 됩니다. 즉 세부적이고 까다로운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에만 프로젝트 종료 전 분양 수입금을 상환 혹은 배당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금융투자협회에서는 왜 분양 수입금을 상환으로 사용하지 못하게 제약하고 있는 걸까요?


다른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수분양자를 보호하기 위함입니다.

우리나라는 아직 완성되지 않은 부동산을 미리 분양하는 선분양 제도로 분양이 이루어집니다. 따라서 수분양자가 계약금, 중도금을 납부하는 시점에는 건물이 지어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계약금, 중도금이 시행사 입장에서는 분양 수입금이 되는데요.

분양 수입금을 들어오는 족족 사업비나 PF대출금 상환으로 써버리고 난 뒤 예상치 못한 사고가 발생하여 준공이 어려워지거나, 지연되는 경우 수분양자는 기 납부한 계약금과 중도금을 돌려받을 수 없게 됩니다. (최종적으로는 주택보증제도를 통해서 보호가 가능하지만 이 경우는 사회적으로 큰 손실을 야기함)


따라서 사업이 준공되거나, 준공이 확실시 되어 그런 리스크가 거의 없어지는 시점에만 정해진 금액 내에서 미리 상환이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것입니다.

위 규정을 살펴보면 "1) 시공사의 신용등급이 BBB+ 이상일 것 2) 분양계약서에서 수분양자에게 고지할 것 3) 선지급 금액이 과도하지 않도록 금액을 산정할 것" 등 기준을 세부적으로 규정하여 선지급 되더라도 리스크가 없도록 하고 있습니다.


시행사 입장에서는 아깝지만, 반드시 지켜야 하는 산업의 '룰' 인 것입니다!